[문화산책] 정신의 주름살, 영혼의 곰팡내
“노년이 되면 얼굴보다 정신에 더 많은 주름살이 생긴다. 늙으면서 곰팡내 나지 않는 영혼이란 없으며, 있다 해도 매우 드물다.” 늙어감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글이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몽테뉴의 격언이다. 영원한 고전 ‘에세(수상록)’를 통해 에세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분의 말씀이니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깊이 생각하게 된다. 정신의 주름살, 영혼의 곰팡내 같은 절묘한 표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의 꼴새를 되돌아보고 깊은 부끄러움에 잠기게 된다. 나도 이 말씀에 공감하여 “그러니까 마음주름살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런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주름살은 겁부터 내고 피하기만 할 대상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인생 연륜의 훈장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가 아름답듯 주름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니까, 주름살을 없애려고 무리하게 애쓰기보다는 보기 좋고 멋지게 주름지는 편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할 것이라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주름살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안(童顔)이라는 말이 칭찬이 아니고, 순리에 맞게 나이에 걸맞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이야기, 그렇게 늙었으면 좋겠다.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그런 주름살을 가진 이들이 있다. 부럽다. 정신이나 마음에 주름살이 생기는 원인은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나 화병 등일 것이다.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게 돌아가도 화를 내지 말고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면, 사랑으로 베풀고 남을 도와주며 살면, 마음이 마구 꾸겨질 일도 없다는 식의 해답이 나온다. 아주 간단한 것 같은데 실제로 실천하기는 무척 힘든 해답이다. 영혼의 곰팡내를 다른 말로 하면 꼰대 냄새다. 늙었느냐 낡았느냐, 발효냐 부패냐의 차이를 말해주는 냄새, 본인은 전혀 못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약한 냄새…. 그런 고약한 냄새를 없애고 잔주름살을 없애려면 마음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마음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강력한 근육 중 하나이고, 마음의 근육이 튼튼한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행복이란 건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만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행복도 훈련하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마음근육 키우기 방법은 다양하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정서적 균형 상태 유지하기, 부정적 생각 떨쳐버리기, 친절이나 자비 같은 정신적 습관 만들기, 감사하는 마음과 유머를 통해 회복탄력성 키우기, 일상에서 즐거움 훈련하기 등등 참으로 많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감정과 자기 자신을 분리해서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하나같이 말은 훌륭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얼핏 드는 내 생각에는, 자연과 어우러지기, 책 읽기나 음악 듣기, 미술 감상 같은 예술 즐기기 등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 아주 조금이라도 멋진 늙은이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마음과 정신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내가 하는 예술, 창작활동에 필요한 순발력과 지구력, 창의력과 포용력 등이 모두 튼튼한 마음근육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심은 잘도 하는데, 번번이 마음뿐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주름살 곰팡내 주름살 영혼 정신적 습관 부정적 생각